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시는 사람이 지방간이라고요? 얼마 전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처음엔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방간의 80%는 술과 무관하게 생깁니다. 아무 증상도 없었던 친구의 이야기가 제 간 건강에 대한 안일함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술을 안 마셔도 지방간이 생긴다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건강검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평소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고, 육류도 거의 먹지 않는 친구였기에 간 건강 하나만큼은 걱정이 없겠거니 했는데,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는 말에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친구는 병원에서 결과를 처음 들었을 때 재검을 요청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의사 선생님은 지방간이 알코올 때문에만 생긴다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하..
눈 밑이 자꾸 떨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피곤해서 그렇겠지"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피로 반응이 아니라, 치료 시기를 놓치면 눈이 아예 감기게 되는 병일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반측성 안면경련, 눈 떨림과 뭐가 다른가부모님 건강검진을 함께하러 간 날이었습니다. 접수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옆자리 어르신이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눈 밑이 살짝 떨려서 며칠 쉬면 낫겠거니 했죠. 근데 점점 번지더라고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였습니다.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눈 떨림, 즉 안면 연축(facial tic)은 대부분 수면 부족이나 카페인 과다로 나타나는 일시적..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옆자리 환자분들의 대화를 듣다가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당뇨 걸린 지 10년 됐는데 갑자기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이었습니다. 혈당만 잘 챙기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그 짧은 대화 하나가 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조용히 진행되다 어느 날 갑자기 시야를 앗아가는 합병증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과 수치, 그리고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망막손상 — 당뇨가 눈을 조용히 망가뜨리는 방식솔직히 처음엔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뇨가 눈을 망가뜨린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메커니즘을 알고 나니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눈의 가장 안쪽, 카메라로 치면 필름에 해당하는 부위가 망막입니다. 이 망막에는 미세혈관이 촘촘하게..
목이 뻐근해서 물리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거 그냥 디스크겠지' 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니다 대기실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단순 목디스크인 줄 알고 몇 달을 버텼는데, 알고 보니 척수증이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목의 통증과 척수의 손상이 초기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 막상 접하고 나니 제 등에도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목디스크와 척수증,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결말이 다릅니다대기실에서 만난 그 환자분은 처음에 어깨가 자주 뻐근하고 손가락이 조금 저린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목디스크라고 생각하고 동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지냈는데, 어느 날 목을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하다가 갑자기 양쪽 어깨와 발바닥까지 찌릿하는 강한..
발바닥에 생긴 검은 자국을 8년 동안 먹물 문신이라 믿고 지낸 분이 있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그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제 발바닥을 내려다봤습니다. 흑색종은 그렇게, 가장 평범한 얼굴로 찾아옵니다. 점인 줄 알았는데 암이라고요? 흑색종을 구별하는 법발바닥에 생긴 거무스름한 자국을 9년 가까이 방치한 분이 있었습니다. 수묵화 작업을 하다 먹물을 밟은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그 자국이 서서히 커지고, 색이 바뀌고, 결국 부풀어 오를 때까지도 별다른 통증이 없었다는 점입니다.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서 기원하는 악성 종양입니다. 여기서 멜라닌 세포란 피부 기저층에 위치해 피부색을 결정하는 색소 세포로, 신경계와 유사한 ..
장인어른 진료를 따라 암센터를 찾았던 날, 옆자리에서 들려온 한 분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허리가 좀 아프다 싶었는데 건강검진에서 신장에 혹이 발견됐고, 결국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증상이 없어서 전혀 몰랐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소리도 없이 진행되는 신장암,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4기에 이르면 20%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 글은 그 격차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장암 조기발견 — 증상 없이 진행되는 이유암센터 대기실에서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신장이 어디에 있길래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지?"였습니다. 신장은 복막 뒤쪽, 등에 바짝 붙은 깊숙한 자리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신장에 이상이 생겨도 표면적으..
솔직히 저는 건선이 그냥 피부가 좀 거칠어지는 병인 줄 알았습니다. 친구 두 명이 몇 년째 피부과를 다니는 걸 옆에서 지켜봤는데도 그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제대로 몰랐습니다.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의자에서 일어설 때마다 각질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의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나서야 이 병이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면역세포가 만들어내는 병, 건선의 실체제가 처음 친구에게서 건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는 '보습 크림 잘 바르면 낫지 않을까'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 실수였습니다. 건선은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 체계가 오작동하는 전신 질환입니다.건선의 핵심 원인은 Th17 면역 세포의 과활성화입니다. 여기서 Th17이란 T세포의 한 종류로, 원래는..
모자를 쓰면 두피에 나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가 두피 건강에 대해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두피 지루피부염은 매년 21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가렵고 각질이 떨어지는 증상을 단순 비듬으로 여기고 방치하다가 만성으로 접어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가려움 원인과 악순환 — 왜 긁을수록 더 가려울까제가 처음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유가 패션이 아니라 두피 가려움과 각질 때문이었다는 사실이요. 대화 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모자 위로 올라가 머리를 긁었고, 심..
열 명 중 세 명은 살면서 한 번쯤 임상적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옆자리 대화를 듣다가 그 숫자가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앓고 있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들은 이야기 — 우울증은 이렇게 찾아옵니다아내와 함께 부모님 진료를 기다리던 날이었습니다. 옆자리 아주머니들이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는데, 한 분이 가족 얘기를 꺼냈습니다. 예전엔 늘 밝고 활발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졌고, 밤에 잠을 못 이루다가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체중까지 줄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처음엔 단순한 스트레스라 여겼지만 두 달이 지나도 의욕이 돌아오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90%는 약을 끊으면 재발합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 한 토막이 저를 멈춰 세운 건 바로 이 숫자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한 관절 통증인 줄 알았던 증상이 사실은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 직접 그 자리에서 들었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들은 이야기, 두 관절염의 차이진료를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옆자리에서 보호자분과 환자분이 조용히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무심코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류마티스랑 퇴행성은 완전히 다른 병이에요"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보호자분 설명이 꽤 정확했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거나 관절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쓰면서 연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