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고르다 지쳐서 결국 옛날 한국 액션 영화를 켰습니다. 그게 2010년작 《해결사》였는데, 설경구가 나온다는 것 하나만 믿고 틀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주먹질 영화인 줄 알았는데, 누명을 쓴 남자가 경찰을 피해 도망치면서 동시에 배후를 추적한다는 이중 구조가 꽤 촘촘하게 맞물려 있었습니다. 줄거리 — 도망과 추적이 동시에 벌어지는 구조영화의 뼈대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전직 강력계 형사 출신의 해결사 강태식이 여성 감시 의뢰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고, 누군가의 치밀한 조작으로 범인으로 몰리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해결사'란 흥신소를 운영하며 의뢰받은 문제를 처리해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탐정과 비슷하지만 법적 테두리 바깥에서 움직인다는 점이 다릅..
외환은행이 헐값에 팔리는 과정에서 수조 원대의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의혹.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이 실제 사건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블랙머니》를 봤을 때, 그 복잡했던 퍼즐이 비로소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줄거리 — 숫자 뒤에 숨은 권력을 따라가다영화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양민혁이 담당하던 피의자가 갑작스럽게 자살하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개인 비리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게, 파고들수록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국내 금융기관, 그리고 정부 관계자까지 얽힌 초대형 금융 사건으로 번집니다. 여기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노량해전이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라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1592년 전쟁 시작, 이순신 장군 활약, 전쟁 종료 — 이 정도가 제 역사 지식의 전부였는데,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고 나서야 그 마지막 바다에서 얼마나 복잡한 일이 벌어졌는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전투 장면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든 묵직한 감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노량해전, 제가 몰랐던 역사적 배경영화를 본 뒤에 역사적 배경을 따로 찾아봤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얼마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노량해전은 1598년 11월 18일부터 19일 사이, 경상남도 남해도와 하동 사이의 노량 앞바다에서 벌어진 해전입니다. 임진왜란(壬辰倭亂) — 1592년부터 7년간 이어진 일본의 조선..
역사 영화를 보고 나서 "어, 이거 실화야?" 하고 검색창을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봉오동 전투》를 보고 극장을 나서자마자 1920년 만주 전투를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영화 속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 액션 영화는 오락에 치우쳐 역사적 깊이가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조금 달랐습니다. 등장인물, 처음엔 캐릭터로 봤다가 나중엔 사람으로 봤습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독립운동 관련 영화를 꽤 회의적으로 보는 편이었습니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너무 공식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런데 《봉오동 전투》를 실제로 보고 나니 그 편견이 절반쯤은 무너졌습니다.황해철 역의 유해진이 그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황해철은 소위 '비정규..
극장에서 영화 제목만 보고 '정치 영화인가?' 싶었던 적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딱 그랬습니다. 《야당》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순간 국회를 배경으로 한 무언가를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마약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였습니다. 그 한 단어 차이가 영화 전체의 구조를 담고 있다는 걸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3,378,276명(출처: 한국영화정보시스템 KOBIS)이 봤다는 숫자가 괜한 게 아니었습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영화는 이강수(강하늘)가 억울하게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제가 직접 봤는데, 이 도입부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배경 설명을 길게 깔지 않고 상황 속으로 바로 밀어 넣는 방식이라 자리에 앉..
솔직히 처음《천군》을 봤을 때 "이게 되겠어?" 싶었습니다. 현대 군인이 조선시대로 날아가고, 남북한이 힘을 합친다는 설정이 어딘가 어설프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젊은 이순신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오히려 실패하고 방황하던 한 청년의 이야기가 묘하게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시간여행 설정이 단순한 장치가 아닌 이유《천군》의 세계관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얼마나 설득력 있게 포장하느냐"였습니다. SF 장르에서 시간여행(Time Travel)이란 개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인물이 자신의 역할과 의미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서사 장치입니다. 여기서 시간여행이란 단순히 과거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맥락과 관계..
건달 영화라서 그냥 넘겼다가,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2004년작 《하류인생》은 조승우가 주연을 맡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한 남자의 삶으로 통과시킨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는 그냥 시대극 갱스터물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시대 재현 — 1950~70년대를 어떻게 스크린에 올렸나《하류인생》을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세트와 소품이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 거리, 명동의 건달 세계,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전후의 분위기가 화면에 녹아 있는 방식이 꽤 촘촘했습니다. 뉴욕 한국문화원도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역사적 세부 묘사와 실제 시대를 재현한 세트를 호평 요소로 꼽았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처음 극장에서 《군함도》를 봤을 때, 이게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하시마섬에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역사가 영화의 뿌리라는 걸 알고 나면, 화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입니다. 줄거리부터 등장인물, 그리고 영화가 바탕으로 삼은 역사적 배경까지 제가 직접 찾아보고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던 사람들《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말기, 나가사키현 앞바다의 하시마섬을 배경으로 합니다. 섬의 외형이 해군 군함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라 불린 이 섬에는 미쓰비시가 운영하는 탄광이 있었고, 수많은 조선인들이 속아서 혹은 강제로 끌려와 갱도 속에서 석탄을 캐야..
IMDb 6.8점, Rotten Tomatoes 비평가 점수 83%. 2022년 개봉한 《올빼미》가 국내외에서 거둔 성적표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또 소현세자 얘기구나' 하고 큰 기대 없이 극장에 앉았는데,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제가 꽤 단단히 낚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맹인이 진실을 본다 — 줄거리의 핵심 역설일반적으로 역사 미스터리 영화라고 하면 기록을 추적하거나 증인의 증언을 모으는 방식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올빼미》는 완전히 다른 각도로 들어옵니다. 주인공 천경수는 낮에는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맹인 침술사인데, 어둠이 짙어지는 밤만 되면 희미하게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특이한 안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여기서 안질환이란 망막이나 시신경의 이상으로 시력에 장애가 생기는 상태를 통칭..
2009년 여름, 저는 처음으로 《해운대》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쓰나미 오는 한국 블록버스터"겠거니 하고 들어갔다가,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서 못 일어났습니다. 거대한 파도보다 오히려 그 파도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더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거든요. 《해운대》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등장인물과 배우 연기 — 파도보다 오래 남은 얼굴들제가 《해운대》를 보면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부분은 배우들이 재난 장면보다 훨씬 이전부터 관객의 마음을 완전히 끌어당기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쓰나미가 오기 전, 영화의 전반부는 거의 부산 해운대 사람들의 일상극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설경구가 연기한 최만식은 제가 본 설경구 역할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