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그냥 틀어놓을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것으로요. 저도 그런 날 《도굴》을 처음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문화재 도굴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유쾌하게 풀릴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2020년 11월 개봉작이고 코로나19 시기에 154만 명을 끌어모은 영화입니다. 가볍게 볼 오락영화를 찾는 분이라면 한 번쯤 살펴볼 만합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이 팀이 모이는 과정이 반이다《도굴》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 장르를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케이퍼 무비란 전문가들이 모여 치밀한 계획으로 무언가를 훔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는 장르로, 《오션스 일레븐》이나 《도둑들》 같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도굴》도 이 틀 안에서 움직..
솔직히 처음 극장에 갔을 때 기대치는 반반이었습니다. 김수현이 주연이라는 사실 하나로 극장을 채운다는 말이 나올 만큼 팬덤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앉아서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단순한 스타 마케팅 영화가 아니었고, 그 반전이 오히려 더 인상 깊었습니다. 흥행 분석 — 숫자가 말해주는 것들《은밀하게 위대하게》는 2013년 6월 개봉 첫날 약 4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이었고, 36시간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개봉 19일째에는 600만 관객을 넘겼으니, 속도 자체가 다른 영화들과 달랐습니다.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흥행 공식이라고 하는 여름 시즌 대작도 아니고,..
전역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던 말년 병장이 우연히 주운 로또 한 장이 철책 너머 북한 땅으로 날아가 버린다면. 황당하지만 이 설정 하나로 198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영화가 바로 《육사오(6/45)》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게 되겠어?"라는 의심부터 들었는데,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엔 예상보다 훨씬 단단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북 군인이 로또를 나눠 갖는다는 설정, 왜 통했나《육사오》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강원도 최전방에서 복무 중인 박천우 병장(고경표)이 당첨금 57억 원짜리 로또 1등 복권을 손에 넣지만, 바람에 날려 군사분계선(MDL) 너머로 잃어버립니다. 여기서 MDL이란 1953년 정전협정으로 확정된 남북 간 군사적 경계선으로, 민간인은 물론 군인도 함부로 넘을 수..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시원하게 터지는 형사물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뭔가 씁쓸한 게 남더라고요. 2015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1,341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인 동시에, 재벌 갑질과 권력 남용이라는 현실을 꽤 날 것으로 담아낸 범죄 액션 영화입니다. 통쾌함과 불쾌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영화, 흔치 않거든요. 줄거리 — 단순한 형사물이 아닌 이유혹시 영화를 보면서 "저 형사, 저러다 진짜 잘리는 거 아냐?"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서도철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베테랑 형사 서도철은, 쉽게 말해 조직에서 가장 말 안 듣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게 묘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이야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