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한 영화 《화란》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작품입니다. 처음 그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범죄물이 칸까지 갔다고?"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그 이유를 바로 납득했습니다. 폭력을 소재로 쓰면서도 결국 사람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줄거리와 인물분석 —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화란》의 줄거리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난과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며 위험한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인데, 제가 직접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범죄 스릴러인가, 아니면 성장 드라마인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연규라는 인물을 분석하다 보면 소시오패스적 서사 구조, 즉 태생적 악..
유관순 열사는 1920년, 서대문형무소 수감 중 순국했습니다. 당시 나이 열여덟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영화 《항거》를 보고 나서야 저는 그 숫자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역사책에서는 이름과 날짜로 기억되는 사람이, 화면 안에서는 두려워하고 고통받는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감옥 안에서도 목소리를 잃지 않은 사람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감독 조민호, 주연 고아성)는 3·1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의 옥중 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제가 보기 전에 기대했던 건 만세운동의 현장 재현이었는데, 실제로 영화가 카메라를 들이댄 곳은 오히려 좁고 어두운 감옥 안이었습니다. 그게 처음엔 낯설었는데, 보다 보니 그 선택이 정확했다는 걸 느꼈..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5.5%를 넘어섰습니다(출처: 통계청).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말해 숫자가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영화 《대가족》을 보고 나서야 그 의미가 비로소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가족이란 뭔가'라는 질문이 이렇게 무겁게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가족의 의미 — 혈연인가, 관계인가영화 《대가족》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대가족'이라는 제목 자체가 지금 시대에 역설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가 단순히 많은 식구가 모여 웃고 떠드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엉켜 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작품이었습니다.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최측근에게 피살된 유일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기 전까지 저는 그날을 교과서 속 두 줄짜리 문장으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 두 줄 뒤에 얼마나 복잡한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었는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권력구조 속 충성 경쟁, 영화가 보여준 것《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약 47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우민호 감독이 연출했고, 이병헌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되, 실존 인물의 이름을 일부 변경하고 영화적 재구성을 더했습니다.여기서 중앙정보부(KCIA, Kore..
강렬한 액션 영화를 찾다가 제목 하나에 멈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늑대사냥'이라는 네 글자가 뭔가 다를 것 같았고, 배 위에서 범죄자와 경찰이 뒤섞인다는 설정이 결국 저를 재생 버튼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단순한 자극적 오락 영화로 시작했다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늑대사냥 영화 정보와 줄거리《늑대사냥》은 김홍선 감독이 연출한 2022년 한국 액션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은 121분이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습니다. 서인국, 장동윤, 정소민, 성동일, 고창석, 장영남, 최귀화 등 탄탄한 배우진이 합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영화의 출발점은 이렇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거된 인터폴 수배자들을 화물선 '프론티어 타이탄'에 태워 한국으로 이송하는 과정이 배경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이후 이야기는 교과서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았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아, 이 달리기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었구나"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2023년 9월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역사적 배경 —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영화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손기정 선수가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유니폼에는 일장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남승룡 선수 역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주술과 정치권력이 한 이야기 안에서 만나는 영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두 소재가 어울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5년 6월 개봉한 김남균 감독의 《신명》을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컬트 영화라고 하면 공포 장면이 먼저 떠오르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무서운 장면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주술과 권력이 만났을 때 — 영화가 실제로 전달하는 것영화를 보기 전에 주변에서 "정치 풍자 영화"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치 풍자라고 하면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빗댄 직접적인 묘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신명》은 그 방식과 조금 달랐습니다. 제..
《부당거래》는 2010년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경찰과 검사가 싸우는 범죄 영화'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해부하고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권력 구조 — 누가 범인인지보다 구조가 더 무섭다일반적으로 범죄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선명한 악당이 있고, 그것을 쫓는 영웅이 있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부당거래》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제가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영화는 연쇄 살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범인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자 경찰 조직 상층부는 이른바 '가짜 범인 만들기'라는 선택을 내립니다. 수사의 목적이 진실 ..
솔직히 저는 《취화선》을 보기 전까지 장승업을 그냥 '조선 3대 화가 중 한 명'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이름을 봤을 뿐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방황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 무지가 얼마나 큰 손실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2002년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라 한 시대의 균열 속에서 자신의 붓을 지키려 했던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조선 후기라는 시대, 장승업이 버텨야 했던 구조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장승업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그가 태어난 시대였습니다. 19세기 조선은 세도정치(勢道政治)가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세도정치란 왕권이 약해진 틈을 타 특정 외척 가..
영화 《사도》는 2015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624만 명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역사 교과서에서 몇 줄로 요약되던 사건이, 영화 안에서는 두 시간 내내 마음을 짓누르는 무게로 쌓여왔으니까요. 역사적 배경 — 조선 왕실 속 두 사람의 자리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시대적 맥락부터 짚고 가는 게 낫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조선 후기, 제21대 왕 영조의 재위 기간입니다. 영조는 탕평책(蕩平策)을 실시한 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탕평책이란 특정 붕당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여러 당파를 고루 등용하는 인사 정책으로, 쉽게 말해 어느 한쪽이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런 정치적 줄다리기가 일상이던 왕실에서 사도세자는 단순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