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범죄 영화를 그냥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장르물 정도로 취급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좁은 시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1982년 부산에서 시작해 1990년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조폭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욕망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980~90년대 부산, 이 시대를 알아야 영화가 보인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당황했던 부분은 배경이었습니다. 1982년 부산, 세관 공무원이 히로뽕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적 배경을 조금만 이해하고 나면 영화 전체가 다르게 읽힙니다.1980년대..
역사 영화는 보기 전에 늘 반쯤 의무감이 앞섭니다. '좋은 영화인 건 알겠는데, 오늘은 좀 가볍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2015년 개봉작 《암살》을 틀기 전까지는요. 일반적으로 역사 영화는 묵직하고 느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암살》은 달랐습니다. 139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 — 이 영화가 선택한 시대《암살》의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의 상하이와 경성입니다. 일제강점기란 1910년 일본의 강제 병합 이후 1945년 광복까지 약 35년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시기를 말합니다. 단순히 나라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이름과 토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