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데이터: 숫자로 읽는 인물 구조《주먹이 운다》는 2005년 4월 1일 개봉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했고, 최민식과 류승범이 두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러닝타임은 134분으로, 한국 드라마 영화 평균(약 110분)보다 약 22% 깁니다. 그 시간 대부분은 링 밖에서 씁니다. 복싱 경기 장면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두 인물이 일상에서 무너지고 버티는 장면이 훨씬 많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확인했는데, 이게 이 영화를 스포츠 장르가 아닌 인간 드라마로 분류하는 핵심 근거입니다.강태식이라는 인물을 분석해 보면, 그는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 출신입니다. 아시안게임(Asian Games)이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주관으로 4년마다 열리는 대륙 규모 종합스포츠대회로, 메달 획득 자체가 해당 국가..
솔직히 저는 《취화선》을 보기 전까지 장승업을 그냥 '조선 3대 화가 중 한 명'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이름을 봤을 뿐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방황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 무지가 얼마나 큰 손실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2002년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라 한 시대의 균열 속에서 자신의 붓을 지키려 했던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조선 후기라는 시대, 장승업이 버텨야 했던 구조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장승업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그가 태어난 시대였습니다. 19세기 조선은 세도정치(勢道政治)가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세도정치란 왕권이 약해진 틈을 타 특정 외척 가..
솔직히 처음엔 그냥 이병헌·최민식 두 배우가 붙는다는 이유만으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통쾌함이 아니라 묘한 공허함이 먼저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악마를 보았다》는 복수의 시원함을 기대한 제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 영화였습니다. 줄거리 — 복수극인 줄 알았는데, 심리극이었다2010년 8월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국가정보원 요원 김수현이 약혼녀 장주연을 잃으면서 시작됩니다. 범인은 연쇄살인마 장경철. 수현은 그를 찾아내지만, 한 번에 끝내지 않습니다.여기서 영화의 핵심 설정이 드러납니다. 수현은 장경철을 죽이는 대신 고통을 맛보게 한 뒤 놓아주고, 또 찾아와 다시 고통을 가하는 방식을 반복합니다. 이른바 '고양이와 쥐' 구도, 즉 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범죄 영화를 그냥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장르물 정도로 취급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좁은 시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1982년 부산에서 시작해 1990년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조폭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욕망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980~90년대 부산, 이 시대를 알아야 영화가 보인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당황했던 부분은 배경이었습니다. 1982년 부산, 세관 공무원이 히로뽕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적 배경을 조금만 이해하고 나면 영화 전체가 다르게 읽힙니다.1980년대..
솔직히 말하면, 영화관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파묘》를 단순한 귀신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넘게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극장을 나온 뒤에도 한참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풍수사, 무속인, 장의사, 법사가 한 무덤을 파내면서 마주한 것이 단순한 원혼이 아니라 오랫동안 묻혀 있던 역사의 상처였다는 점, 그게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줄거리 — 무덤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꺼내는 이야기영화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 부유한 가족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시작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가족 구성원 전체에 걸쳐 이상 징후가 이어지는데, 단순한 질환이나 우연으로 보기에는 패턴이 너무 뚜렷합니다.결국 가족은 풍수사 상덕, 장의사 영근, 무속인 화림, 법..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에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백두산》이 같은 시기에 걸려 있었고, 주변에서도 액션 사극 쪽으로 몰렸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집에서 혼자 틀었다가 두 시간 내내 자리를 못 떴습니다.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에서 제가 느낀 건,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은 진짜 서로가 필요했겠구나" 하는 감각이었습니다. 세종과 장영실, 그 관계의 역사적 배경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먼저 시대적 맥락을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관련 역사 자료를 꽤 찾아봤는데, 알고 나니 장면마다 다르게 읽혔습니다.세종이 왕위에 있던 15세기 전반, 조선은 천문과 역법 분야에서 중국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역법이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