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저는 반신반의하며 《서울의 봄》을 틀었고, 141분이 끝날 무렵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밤, 서울에서 벌어진 9시간의 군사반란을 다룬 이 영화는 역사 기록물이 아니라 숨이 막히는 긴장극이었습니다. 그날 밤 서울은 왜 그렇게 위태로웠을까 — 시대적 배경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12·12 군사반란이라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한두 줄로 지나쳤던 사건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그 맥락이 얼마나 복잡하고 긴박했는지를 실감했습니다.출발점은 1979년 10월 26일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18년 가까이 이어진 유신 체제, 즉 헌법..
검사가 되면 정의로운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영화 《더 킹》의 박태수는 처음부터 정의 따위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더 불편하고,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였습니다. 2017년 개봉 당시 531만 관객을 동원한 한재림 감독의 작품인데, 제가 최근 다시 꺼내 본 뒤로 며칠째 머릿속에서 잘 안 지워집니다. 권력욕망 — 박태수는 왜 나쁜 놈이 되었나영화를 처음 볼 때 저는 박태수(조인성)가 언제 타락하는지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타락의 시작점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권력 그 자체를 원했고, 검사라는 직함은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이 지점이 제가 처음 봤을 때와 다시 봤을 때 전혀 다르게 읽혔습니다.영화는 태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