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취화선》을 보기 전까지 장승업을 그냥 '조선 3대 화가 중 한 명'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이름을 봤을 뿐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방황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 무지가 얼마나 큰 손실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2002년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라 한 시대의 균열 속에서 자신의 붓을 지키려 했던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조선 후기라는 시대, 장승업이 버텨야 했던 구조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장승업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그가 태어난 시대였습니다. 19세기 조선은 세도정치(勢道政治)가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세도정치란 왕권이 약해진 틈을 타 특정 외척 가..
건달 영화라서 그냥 넘겼다가,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2004년작 《하류인생》은 조승우가 주연을 맡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한 남자의 삶으로 통과시킨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는 그냥 시대극 갱스터물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시대 재현 — 1950~70년대를 어떻게 스크린에 올렸나《하류인생》을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세트와 소품이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 거리, 명동의 건달 세계,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전후의 분위기가 화면에 녹아 있는 방식이 꽤 촘촘했습니다. 뉴욕 한국문화원도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역사적 세부 묘사와 실제 시대를 재현한 세트를 호평 요소로 꼽았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