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영화는 보기 전에 늘 반쯤 의무감이 앞섭니다. '좋은 영화인 건 알겠는데, 오늘은 좀 가볍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2015년 개봉작 《암살》을 틀기 전까지는요. 일반적으로 역사 영화는 묵직하고 느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암살》은 달랐습니다. 139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 — 이 영화가 선택한 시대《암살》의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의 상하이와 경성입니다. 일제강점기란 1910년 일본의 강제 병합 이후 1945년 광복까지 약 35년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시기를 말합니다. 단순히 나라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이름과 토지까..
역사 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미리 겁을 먹는 편입니다. '또 무겁고 비장하게 끝나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거든요. 그래서 《박열》을 선택할 때도 사실 조금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법정이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가장 강한 무기를 쥘 수 있다는 걸 이 영화에서 처음 실감했습니다. 법정 장면이 이렇게 긴장될 줄 몰랐습니다 — 박열의 재판과 아나키즘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재판 장면에서 저는 자꾸 자세를 고쳐 앉게 됐습니다. 법정이라는 공간이 그렇게 팽팽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거든요.박열은 아나키즘(Anarchism) 사상을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여..
역사 영화를 보고 나서 "어, 이거 실화야?" 하고 검색창을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봉오동 전투》를 보고 극장을 나서자마자 1920년 만주 전투를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영화 속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 액션 영화는 오락에 치우쳐 역사적 깊이가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조금 달랐습니다. 등장인물, 처음엔 캐릭터로 봤다가 나중엔 사람으로 봤습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독립운동 관련 영화를 꽤 회의적으로 보는 편이었습니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너무 공식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런데 《봉오동 전투》를 실제로 보고 나니 그 편견이 절반쯤은 무너졌습니다.황해철 역의 유해진이 그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황해철은 소위 '비정규..
솔직히 처음 극장에서 《군함도》를 봤을 때, 이게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하시마섬에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역사가 영화의 뿌리라는 걸 알고 나면, 화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입니다. 줄거리부터 등장인물, 그리고 영화가 바탕으로 삼은 역사적 배경까지 제가 직접 찾아보고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던 사람들《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말기, 나가사키현 앞바다의 하시마섬을 배경으로 합니다. 섬의 외형이 해군 군함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라 불린 이 섬에는 미쓰비시가 운영하는 탄광이 있었고, 수많은 조선인들이 속아서 혹은 강제로 끌려와 갱도 속에서 석탄을 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