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거친 남자 고등학생들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영화 《바람》(2009)을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배우 정우의 실제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말이 괜한 홍보 문구가 아니었습니다. 108분 내내 누군가의 진짜 기억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또래 집단과 인정 욕구, 이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딱 이런 친구가 반에 한 명씩은 있었습니다. 특별히 나쁜 애도 아닌데, 어디선가 선배한테 찍혀서 괜히 센 척하다가 일을 키우는 그런 유형이요. 《바람》의 주인공 짱구가 딱 그렇습니다.짱구가 입학한 광춘상고는 선도부의 위세와 불법 서클 '몬스터'의 영향력이 뒤섞인 학교입니다. 영화 심리학에서는 이런 환경을 또래 동조 압력(p..
2009년 여름, 저는 극장 문을 나서면서 한참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를 보고 난 직후였는데, 가슴 어딘가가 뭉클하면서도 웃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화려한 액션 영화도 아니고, 반전이 있는 스릴러도 아닌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충남 예산을 배경으로 평범한 시골 형사와 신출귀몰한 탈주범이 펼치는 추격전인데,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 사람 얘기 하는 거구나" 였습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거북이와 토끼의 진짜 대결영화의 배경은 충청남도 예산,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주인공 조필성(김윤석)은 강력계 형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사람은 영웅과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소싸움 대회 일정을 형사 수첩보다 더 꼼꼼히 챙기고, 아내(견미리)에게는 큰소리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흘려봤습니다. 2009년에 개봉했을 때, 임창정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딱히 기대 없이 틀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뭔가 찜찜한 게 남았습니다. 웃음보다 "나도 운명이라는 말에 기댄 적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달까요. 《청담보살》은 그런 영화입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점술가가 자기 사주는 못 읽는다영화의 중심은 청담동에서 '포춘살롱'을 운영하는 점술가 태랑(박예진)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캐릭터 설정의 아이러니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주(四柱)를 척척 풀어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완전히 갈피를 못 잡는다는 거죠.여기서 사주(四柱)란 태어난 연·월·일·시, 네 가지 기둥을 조합해 사람의 운명을 해석하는 동양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