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저는 극장 문을 나서면서 한참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를 보고 난 직후였는데, 가슴 어딘가가 뭉클하면서도 웃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화려한 액션 영화도 아니고, 반전이 있는 스릴러도 아닌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충남 예산을 배경으로 평범한 시골 형사와 신출귀몰한 탈주범이 펼치는 추격전인데,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 사람 얘기 하는 거구나" 였습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거북이와 토끼의 진짜 대결영화의 배경은 충청남도 예산,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주인공 조필성(김윤석)은 강력계 형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사람은 영웅과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소싸움 대회 일정을 형사 수첩보다 더 꼼꼼히 챙기고, 아내(견미리)에게는 큰소리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흘려봤습니다. 2009년에 개봉했을 때, 임창정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딱히 기대 없이 틀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뭔가 찜찜한 게 남았습니다. 웃음보다 "나도 운명이라는 말에 기댄 적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달까요. 《청담보살》은 그런 영화입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점술가가 자기 사주는 못 읽는다영화의 중심은 청담동에서 '포춘살롱'을 운영하는 점술가 태랑(박예진)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캐릭터 설정의 아이러니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주(四柱)를 척척 풀어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완전히 갈피를 못 잡는다는 거죠.여기서 사주(四柱)란 태어난 연·월·일·시, 네 가지 기둥을 조합해 사람의 운명을 해석하는 동양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