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이미 잡혔는데, 그게 진짜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끝장수사》는 바로 그 질문 하나로 97분을 꽉 채웁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는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형사물이겠거니 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종결된 살인사건에 왜 다시 손을 댔나 — 영화의 설정과 구조《끝장수사》는 박철환 감독이 연출하고 배성우, 정가람, 이솜, 윤경호가 출연한 범죄·액션 코미디 영화입니다. 2019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여러 사정으로 개봉이 약 7년 미뤄져 2026년 4월 2일에야 관객과 만났습니다. 상영시간 97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로, 처음에는 《출장수사》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가 개봉 전 현재의 제목으로 변경됐습니다.영화의 뼈대는 '버디 무비(bu..
2023년 개봉한 영화 《화란》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작품입니다. 처음 그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범죄물이 칸까지 갔다고?"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그 이유를 바로 납득했습니다. 폭력을 소재로 쓰면서도 결국 사람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줄거리와 인물분석 —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화란》의 줄거리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난과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며 위험한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인데, 제가 직접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범죄 스릴러인가, 아니면 성장 드라마인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연규라는 인물을 분석하다 보면 소시오패스적 서사 구조, 즉 태생적 악..
《부당거래》는 2010년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경찰과 검사가 싸우는 범죄 영화'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해부하고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권력 구조 — 누가 범인인지보다 구조가 더 무섭다일반적으로 범죄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선명한 악당이 있고, 그것을 쫓는 영웅이 있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부당거래》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제가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영화는 연쇄 살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범인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자 경찰 조직 상층부는 이른바 '가짜 범인 만들기'라는 선택을 내립니다. 수사의 목적이 진실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범죄 영화를 그냥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장르물 정도로 취급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좁은 시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1982년 부산에서 시작해 1990년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조폭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욕망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980~90년대 부산, 이 시대를 알아야 영화가 보인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당황했던 부분은 배경이었습니다. 1982년 부산, 세관 공무원이 히로뽕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적 배경을 조금만 이해하고 나면 영화 전체가 다르게 읽힙니다.1980년대..
주말 저녁에 뭘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틀어본 경험, 저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검사외전》이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처음엔 '황정민, 강동원이니까 그냥 재밌겠지' 싶었는데, 두 번째로 보니까 처음엔 몰랐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검사가 사기꾼을 이용해 반격을 설계한다는 이야기, 줄거리부터 출연진, 실제 반응까지 제가 정리해봤습니다. 줄거리 — 감옥 안의 검사가 세운 반격 설계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법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요. 《검사외전》은 바로 그 상황에서 출발합니다.주인공 변재욱(황정민)은 검사입니다. 그것도 수사 실적 하나는 확실한, 하지만 '수사 방식이 너무 거칠다'는 소리를 달고 살던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