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은 2012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1,298만 명을 기록하며 그해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확인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135분짜리 범죄 영화가 그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데는 분명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케이퍼 무비 장르로 보는 《도둑들》의 구조《도둑들》은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Caper Movie) 형식을 따릅니다. 케이퍼 무비란 정교하게 짜인 범죄 계획과 그 실행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보석이나 금고를 터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스펙터클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가 이 장르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도둑들》은 그 한국판 ..
역사 영화는 보기 전에 늘 반쯤 의무감이 앞섭니다. '좋은 영화인 건 알겠는데, 오늘은 좀 가볍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2015년 개봉작 《암살》을 틀기 전까지는요. 일반적으로 역사 영화는 묵직하고 느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암살》은 달랐습니다. 139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 — 이 영화가 선택한 시대《암살》의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의 상하이와 경성입니다. 일제강점기란 1910년 일본의 강제 병합 이후 1945년 광복까지 약 35년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시기를 말합니다. 단순히 나라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이름과 토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