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관상으로 운명을 읽는다'는 설정이 조금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건 관상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양대군과 김종서가 충돌하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 한복판에 한 관상가를 세워두고, '재능이 있다고 해서 운명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는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계유정난이라는 배경,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제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 중 하나가 계유정난이었습니다. 여기서 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김종서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정변으로, 이후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역사 시간에 이름은 들었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어떤 욕망과 두려움이 ..
역사 영화는 보기 전에 늘 반쯤 의무감이 앞섭니다. '좋은 영화인 건 알겠는데, 오늘은 좀 가볍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2015년 개봉작 《암살》을 틀기 전까지는요. 일반적으로 역사 영화는 묵직하고 느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암살》은 달랐습니다. 139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 — 이 영화가 선택한 시대《암살》의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의 상하이와 경성입니다. 일제강점기란 1910년 일본의 강제 병합 이후 1945년 광복까지 약 35년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시기를 말합니다. 단순히 나라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이름과 토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