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영화를 보고 나서 "어, 이거 실화야?" 하고 검색창을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봉오동 전투》를 보고 극장을 나서자마자 1920년 만주 전투를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영화 속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 액션 영화는 오락에 치우쳐 역사적 깊이가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조금 달랐습니다. 등장인물, 처음엔 캐릭터로 봤다가 나중엔 사람으로 봤습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독립운동 관련 영화를 꽤 회의적으로 보는 편이었습니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너무 공식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런데 《봉오동 전투》를 실제로 보고 나니 그 편견이 절반쯤은 무너졌습니다.황해철 역의 유해진이 그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황해철은 소위 '비정규..
극장에서 영화 제목만 보고 '정치 영화인가?' 싶었던 적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딱 그랬습니다. 《야당》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순간 국회를 배경으로 한 무언가를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마약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였습니다. 그 한 단어 차이가 영화 전체의 구조를 담고 있다는 걸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3,378,276명(출처: 한국영화정보시스템 KOBIS)이 봤다는 숫자가 괜한 게 아니었습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영화는 이강수(강하늘)가 억울하게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제가 직접 봤는데, 이 도입부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배경 설명을 길게 깔지 않고 상황 속으로 바로 밀어 넣는 방식이라 자리에 앉..
IMDb 6.8점, Rotten Tomatoes 비평가 점수 83%. 2022년 개봉한 《올빼미》가 국내외에서 거둔 성적표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또 소현세자 얘기구나' 하고 큰 기대 없이 극장에 앉았는데,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제가 꽤 단단히 낚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맹인이 진실을 본다 — 줄거리의 핵심 역설일반적으로 역사 미스터리 영화라고 하면 기록을 추적하거나 증인의 증언을 모으는 방식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올빼미》는 완전히 다른 각도로 들어옵니다. 주인공 천경수는 낮에는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맹인 침술사인데, 어둠이 짙어지는 밤만 되면 희미하게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특이한 안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여기서 안질환이란 망막이나 시신경의 이상으로 시력에 장애가 생기는 상태를 통칭..
속편이 전편보다 재밌었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공조2: 인터내셔날》을 보기 전까지 기대치를 꽤 낮게 잡았습니다. 속편은 대부분 첫 편의 신선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너무 많이 봐왔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관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건 단순한 후속편이 아니라, 규모와 방향 자체를 다르게 잡은 작품이었습니다. 속편인데 왜 더 커졌을까 — 삼각공조의 배경《공조2: 인터내셔날》은 2017년 개봉한 전편 《공조》의 설정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전편이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의 남북 공조(南北 共助)를 핵심으로 삼았다면, 이번 편은 여기에 미국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을 추가해 아예 구도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여기서 공조(共助)란 서로 다른 조직이..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그냥 지나쳤습니다. "사극에 해적이라니, 억지스럽겠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뒤늦게 봤을 때, 866만 명이 왜 극장을 찾았는지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역사적 고증보다 장르적 상상력을 택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꽤 정확했습니다. 등장인물 조합이 만들어낸 앙상블 효과제가 이 영화를 다시 볼 때 가장 집중해서 본 부분은 캐릭터 구성이었습니다. 흔히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인데,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이란 특정 주인공 한 명에게 서사가 집중되는 대신, 여러 인물이 각자의 개성과 서사를 동시에 끌고 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해적》은 이 구조를 꽤 능숙하게 활용합니다.장사정 역의 김남길은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