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한 영화 《화란》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작품입니다. 처음 그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범죄물이 칸까지 갔다고?"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그 이유를 바로 납득했습니다. 폭력을 소재로 쓰면서도 결국 사람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줄거리와 인물분석 —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화란》의 줄거리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난과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며 위험한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인데, 제가 직접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범죄 스릴러인가, 아니면 성장 드라마인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연규라는 인물을 분석하다 보면 소시오패스적 서사 구조, 즉 태생적 악..
2006년 개봉한 《해바라기》는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작품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액션 조폭 영화"로만 기억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가장 오래 남은 건 주먹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오태식이 수첩에 적어둔 세 줄짜리 약속이었습니다. 시대적 배경 — 2000년대 한국, 힘의 논리가 먼저였던 사회일반적으로 《해바라기》는 개인의 갱생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성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작품입니다.영화 속 공간은 조직폭력배와 유흥업소가 지역 경제를 장악하고, 법보다 위계와 주먹이 먼저 통하는 세계입니다. 이 구조는 당시 실제로 국내 여러 지방 도시에서 적발된 조직범죄 실태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
2%라는 숫자가 '가능성'으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됐을까요. 저는 솔직히 없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017년 개봉한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낮은 지지율로 출발한 노무현이 어떻게 대선 후보 자리에 올랐는지를 39명의 증언과 당시 자료 화면으로 되짚는 작품입니다. 국민참여경선과 노풍 — 2%에서 시작된 이야기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국민참여경선'이라는 단어를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국민참여경선이란 당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당내 경선을 시민에게 직접 열어놓은 구조입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도입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