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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는 숫자가 '가능성'으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됐을까요. 저는 솔직히 없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017년 개봉한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낮은 지지율로 출발한 노무현이 어떻게 대선 후보 자리에 올랐는지를 39명의 증언과 당시 자료 화면으로 되짚는 작품입니다.

국민참여경선과 노풍 — 2%에서 시작된 이야기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국민참여경선'이라는 단어를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국민참여경선이란 당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당내 경선을 시민에게 직접 열어놓은 구조입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도입한 이 방식은 당시로서는 꽤 낯선 실험이었습니다.
영화는 그 경선의 출발점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약 2%였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 사람은 왜 나온 걸까"였습니다. 정치판에서 2%라는 숫자는 사실상 거론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그런데 경선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제주에서 3위에 그쳤지만 울산에서 1위를 차지하고, 이어 광주에서도 승리하면서 이른바 '노풍(盧風)'이 불기 시작합니다. 노풍이란 노무현 지지 열기가 전국으로 빠르게 번지며 경선 판도를 뒤흔든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출처: 씨네21), 영화는 이 흐름을 뉴스 자료 화면과 현장 인터뷰를 교차하며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따라가면서 묘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한 번의 승리가 다음 지지자를 만들고, 그 지지자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쇄 반응. 정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도 그 흐름에 끌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증언이었습니다. 노사모란 2000년 결성된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정치 팬클럽으로, 쉽게 말해 조직적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지지 네트워크입니다. 배우 명계남을 포함한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노풍'은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온 것이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약 119분이고, 관람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다큐멘터리 특성상 극적인 연출보다는 증언과 자료 화면의 밀도로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데, 그 방식이 오히려 더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 개봉일: 2017년 5월 25일 / 감독: 이창재 / 상영시간: 약 119분
- 경선 출발 지지율 약 2% → 제주 3위 → 울산 1위 → 광주 1위로 상승
- 인터뷰 참여자 총 39명 — 문재인, 유시민, 안희정 등 포함
- 노사모: 2000년 결성, 국내 최초 인터넷 기반 정치 팬클럽
다큐멘터리가 남긴 것 — 제가 스스로를 돌아본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노무현입니다》를 한 정치인의 업적을 정리한 헌정 영상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전혀 달랐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로 보여주려는 것은 '노무현이 얼마나 위대했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가'였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장면은 안희정이 당시 캠프 분위기를 회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경선 초반, 주변에서 아무도 이길 거라고 믿지 않는 상황에서도 계속 움직였다는 이야기. 그 장면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제 경험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일을 계속 붙들고 있었던 순간들이요.
문재인이 노무현을 회상하는 후반부 장면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정치적 평가보다 친구를 잃은 사람의 감정이 먼저 느껴지는 장면이었는데, 제 경험상 그런 온도는 대본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출처: 서울신문).
또 하나 기억에 남은 인물이 있습니다. 노무현 변호사 시절 그를 정찰했던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이화춘입니다. 국가안전기획부란 현재의 국가정보원 전신으로, 쉽게 말해 당시 국가 보안을 담당하던 정보기관입니다. 감시자와 감시 대상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시간이 흘러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했다는 증언은, 정치적 진영과 무관하게 사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다큐멘터리는 대개 중반쯤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노무현입니다》는 달랐습니다. 증언과 자료 화면이 교차되는 편집 리듬이 119분 내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했고, 저는 끝까지 자세를 고쳐 앉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제 머릿속에 남은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지금의 숫자가 나의 전부인가." 2%로 시작해서 결국 대선 후보가 된 이야기는, 정치와 거리가 먼 저에게도 그 질문을 던지고 떠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노무현입니다》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17년 극장 개봉 이후 국내 여러 OTT 및 VOD 플랫폼에서 서비스된 이력이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 여부는 각 플랫폼에서 직접 검색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화질도 나쁘지 않아서 가정에서 봐도 충분히 몰입이 됐습니다.
Q.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저 자신이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인데도 끝까지 흥미롭게 봤습니다. 경선 과정이라는 팩트보다 주변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이 중심에 있어서, 한 인간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다큐멘터리 특유의 딱딱함보다는 증언 기반의 온기가 더 강한 영화입니다.
Q. 노풍이 실제로 그렇게 갑작스럽게 생긴 건가요?
A. 영화가 보여주는 흐름상, 노풍은 단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울산 1위라는 첫 균열이 광주 승리로 이어지면서 점점 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씨네21 자료에 따르면 경선 초반까지는 노무현 후보를 유력 주자로 보는 시선이 거의 없었습니다. 작은 승리가 기대를 만들고, 그 기대가 다시 사람을 모은 연쇄 구조였다고 이해했습니다.
Q.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이는 누구였나요?
A. 제 경험상 가장 기억에 남은 인터뷰이는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출신 이화춘이었습니다. 감시자와 감시 대상이라는 관계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적인 인연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다른 어떤 정치적 증언보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결론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나서 제가 정리한 한 문장은 이겁니다. "꼴찌라고 불리던 사람이 사람들 마음속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이야기."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평가 이전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걸어간 한 사람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저에게는 정치 이야기가 아닌 삶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이창재 감독의 연출과 39명이 남긴 증언이 궁금하신 분께는 망설임 없이 권하고 싶습니다. 상영시간 119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