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는 1920년, 서대문형무소 수감 중 순국했습니다. 당시 나이 열여덟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영화 《항거》를 보고 나서야 저는 그 숫자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역사책에서는 이름과 날짜로 기억되는 사람이, 화면 안에서는 두려워하고 고통받는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감옥 안에서도 목소리를 잃지 않은 사람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감독 조민호, 주연 고아성)는 3·1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의 옥중 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제가 보기 전에 기대했던 건 만세운동의 현장 재현이었는데, 실제로 영화가 카메라를 들이댄 곳은 오히려 좁고 어두운 감옥 안이었습니다. 그게 처음엔 낯설었는데, 보다 보니 그 선택이 정확했다는 걸 느꼈..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울린 총성 세 발이 동아시아 역사의 흐름을 바꿨습니다. 영화 《하얼빈》을 보고 나서 솔직히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역사책에서 딱 두 줄로 읽었던 사건이, 스크린 위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로 내려앉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역사적 배경부터 짚고 갔습니다영화관에 가기 전에 제가 먼저 찾아본 것이 있습니다.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정확히 어떤 조약이었는지였습니다. 여기서 을사늑약이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압해 체결한 조약으로 외교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나라의 얼굴, 즉 외교 기능 자체를 일본이 빼앗아간 사건입니다. 이 조약이 있었기에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통감으로 부임할 수 있었고, 안중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