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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법

 

솔직히 저는 건망증과 치매가 이렇게 다른 것인지 몰랐습니다. 할머니가 방금 차린 밥상을 보며 "왜 밥을 안 주냐"고 화를 내시던 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치매는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명백한 질환이었고, 그 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85세 인구의 30~40%가 치매를 앓는다는 통계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치매 위험인자, 나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매 하면 흔히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할머니를 간병하며 공부하다 보니, 나이는 위험인자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나이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65세 이상에서는 5세가 높아질 때마다 발병 위험이 약 2배씩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만큼 중요한 것이 교육 수준입니다. 학력이나 지적 활동량이 많을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이 부분을 아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머리를 많이 쓰는 삶 자체가 일종의 예방이 된다는 뜻입니다.

유전적 요인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포지단백E(APOE) 유전자 검사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APOE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과 관련된 유전자로, 2형·3형·4형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상인 10명 중 약 2명이 4형 유전자형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유전자를 1개 가지고 있으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2~3배, 2개를 모두 가진 경우에는 무려 8~1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뇌졸중이나 뇌 외상의 병력도 중요한 위험인자입니다. 당시에는 특별한 후유증이 없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제가 할머니 병력을 정리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 나이: 65세 이상부터 5세마다 위험 약 2배 증가
  • 교육 및 지적 활동: 활동량이 많을수록 발병 위험 감소
  • APOE 4형 유전자: 1개 보유 시 2~3배, 2개 보유 시 최대 10배 위험 상승
  • 뇌졸중·뇌 외상 병력: 혈관성·알츠하이머 치매 위험 모두 증가
요약: 치매 위험인자는 나이 외에도 교육 수준, APOE 유전자형, 뇌 질환 병력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초기증상, 그냥 건망증과 어떻게 다를까요

"요즘 깜빡하는 게 늘었어"라며 웃어넘기시던 할머니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저도 처음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원래 그렇다고 넘겼습니다. 그게 제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노화로 인한 건망증과 치매로 가는 중간 단계의 건망증은 다릅니다. 임상에서는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라는 개념으로 이 단계를 구분합니다. 경도인지장애란 치매로 진단되기 전 단계로, 인지 기능이 정상보다 낮지만 일상생활에는 아직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핵심적인 차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소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도 통째로 잊는 경우입니다. 둘째,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셋째,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계속하거나 방금 나눈 대화 내용을 바로 잊어버리는 경우입니다. 할머니가 늘 가시던 마트 길을 헤매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냥 "오늘 유독 피곤하신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안일한 판단이었는지,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후각 기능 저하도 조기 징후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에 따르면, 치매가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전 인지 기능 장애 단계에서 이미 후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후각과 기억력은 같은 뇌 신경 회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어르신이 예전에 좋아하시던 음식 냄새에 반응이 줄었다면, 한 번쯤 후각 검사를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요약: 힌트를 줘도 기억 못 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면 단순 건망증이 아닌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수면관리, 치매 예방과 직결됩니다

수면이 치매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게 치매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런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수면 중 뇌는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회복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때 핵심적으로 제거되는 물질이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입니다. 베타 아밀로이드란 뇌 신경세포 사이에 쌓이면 세포를 손상시키는 독성 단백질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이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뇌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면 부족 상태의 쥐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고, 사람에서도 장기간 수면이 부족한 경우 뇌 피질이 얇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것이 혈압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는 것도 있습니다. 렘수면 행동장애란 꿈을 꾸는 수면 단계에서 몸이 실제로 움직이거나 잠꼬대가 심해지는 수면 장애로, 이것이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기 전 몇 년간 잠꼬대가 부쩍 심해지셨다는 걸 이제 와서 되짚어보면, 그 연결고리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르면, 수면 문제는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출처: 세브란스병원). 잠이 안 온다고 그냥 넘기지 마시고, 전문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치매 예방의 중요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요약: 수면 부족은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혈압 불안정을 유발해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 위험을 모두 높입니다.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합병증 세 가지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야 저는 처음으로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체계적인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할머니를 모시면서 가장 예상치 못했던 건, 치매 자체보다 그로 인한 합병증들이 삶을 더 위협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에게 특히 주의해야 할 세 가지 위험 요소로 낙상, 영양실조, 흡인성 폐렴을 꼽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세 가지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낙상은 고령자에게 치명적입니다. 대퇴골 골절이 발생했을 때 수술을 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 사망률이 40%에 달한다는 수치는 처음 접했을 때 정말 놀라웠습니다. 할머니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침대 주변 쿠션을 보강한 것이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조치였던 셈입니다.

영양실조는 더 조용한 위협입니다. 치매 환자의 약 40%에서 영양실조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배고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할머니가 드시는 양이 줄었는데 별말씀이 없으셔서 한참 동안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식사 일기를 쓰기 시작한 뒤에야 제대로 파악이 됐습니다.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은 음식이나 액체가 폐로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 폐렴입니다. 연하 기능, 즉 음식을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데, 사레가 걸리는 횟수가 갑자기 늘거나 반대로 줄어드는 경우 모두 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꽤 충격적인 정보였습니다. 사레가 줄면 좋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감각 자체가 무뎌진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 치매 환자 보호자는 낙상 예방, 식사 일기를 통한 영양 관리, 사레 횟수 변화 모니터링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데 치매인가요, 그냥 건망증인가요?

A. 단순 건망증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을 너무 가볍게 봤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핵심 구분 기준은 '힌트를 줘도 기억 못 하느냐'입니다. 같은 질문 반복, 방금 한 말을 바로 잊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APOE 유전자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A. 치매 클리닉이나 건강검진 클리닉에서 기본 항목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치매를 확정짓는 것은 아니고, 위험도를 파악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됩니다. 결과에 대한 해석은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잠을 못 자면 정말 치매 위험이 올라가나요?

A. 수면과 치매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연구들은 연관성이 있다는 쪽입니다. 수면 중 뇌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배출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적으로 방해받으면 뇌에 독성 물질이 쌓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의지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수면 장애가 지속된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Q. 어르신이 사레를 덜 걸리면 좋아지는 건가요?

A. 저도 처음엔 사레가 줄면 나아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오해일 수 있습니다. 사레 횟수가 줄어드는 것도 연하 기능, 즉 삼킴 기능 자체가 저하되어 감각이 무뎌진 신호일 수 있습니다. 횟수가 늘거나 줄거나 두 방향 모두 변화가 보인다면 연하 기능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할머니를 간병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었습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닙니다. 위험인자를 파악하고, 초기 신호를 예민하게 살피며, 수면과 영양이라는 기본기를 지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입니다.

'설마 치매겠어'라며 애써 부정하고 싶은 마음,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을 조기 검진과 생활 습관 점검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이자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나 가족 어르신의 작은 변화가 느껴진다면, 오늘 바로 한 번 더 들여다봐 주세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JVjyQ-bq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