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보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박수건달》이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건달이 무당이 된다'는 한 줄짜리 설정만 보고 반신반의하며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박신양의 표정 연기 하나하나에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습니다. 389만 관객이 동원됐다는 수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흥행 성적과 등장인물 — 숫자 뒤에 있는 얼굴들《박수건달》은 2013년 1월 9일 개봉해 약 38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전체 흥행 순위 4위에 오른 작품으로, 《7번방의 선물》, 《베를린》, 《신세계》와 함께 그 시기 한국영화 흥행을 이끈 타이틀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일반적으로 조폭..
경찰이 조폭이 되고, 조폭이 경찰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감스러운 도시》(2009)는 바로 이 단순한 질문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기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이게 생각보다 잘 짜여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준호·정웅인·정운택, 이른바 '정트리오'의 재결합이라는 화제성만 믿고 봤다가 예상 밖의 구조적 재미를 발견한 경험,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잠입수사 설정, 식상하다고요? 이 영화는 조금 다릅니다잠입수사물(undercover thriller)이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개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 정체가 탄로 날 위기, 그리고 묵직한 결말이 연상됩니다. 여기서 잠입수사물이란, 수사관이나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