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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건강 (동맥경화, 고지혈증, 콜레스테롤)

다온스토리 2026. 7. 25. 07:10

목차


    혈관 건강 알아보기

     

    부모님 진료 대기실에서 옆에 앉으신 어르신 두 분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가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한 분은 "아무 증상도 없었는데 갑자기 혈관이 좁아졌다더라"고 했고, 다른 분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뒤에야 식단을 완전히 바꿨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혈관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망가지고, 어느 날 갑자기 터진다는 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동맥경화와 고지혈증,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

    병원을 나오면서 제가 먼저 찾아본 건 콜레스테롤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고기를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오른다"고 믿어왔는데, 알고 보니 이게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란 모든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 지질 성분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 자체를 유지하는 재료입니다. 성호르몬과 스트레스 대응 호르몬의 원료이기도 해서, 이게 아예 없으면 생식도 안 되고 수술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버티지도 못합니다. 없으면 안 되는 물질인데 너무 많으면 문제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의 80%는 음식이 아니라 간이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밥이나 과일 같은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면, 간이 그 포도당을 재료 삼아 콜레스테롤을 합성합니다. 계란 노른자를 피하는 분들이 많은데, 음식으로 흡수되는 비율은 전체의 20%에 불과합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식단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은 LDL(저밀도 지단백질)이라는 운반 단백질에 실려 혈액 속을 돌아다닙니다. 여기서 LDL이란 콜레스테롤을 필요한 조직에 배달하는 택배 상자 같은 구조체입니다. 문제는 배달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입니다. 수신처에서 "그만 보내"라고 문을 닫으면 LDL은 혈관 안을 떠돌다가 손상된 혈관 벽 틈새로 파고 들어갑니다.

    거기서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이를 잡아먹다가 결국 감당이 안 되면 터지고, 그 안에 있던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노랗게 굳어 쌓입니다. 이게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입니다.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벽이 딱딱하게 굳고 내부가 좁아지는 만성 질환으로, 한 번 생기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심뇌혈관질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동맥경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수십 년간 무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그러면 고지혈증은 왜 생기느냐. 제가 직접 알아봤는데, 간단히 말하면 간 기능이 너무 좋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콜레스테롤을 과잉 생산하도록 간이 세팅된 사람이 있습니다. 식단을 아무리 바꿔도 수치가 10 정도밖에 안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건 체질이지 잘못된 식습관의 결과가 아닐 수 있습니다.

    혈관 건강에서 주의해야 할 핵심 위험 인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혈관 벽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혈관 손상을 유발, 동맥경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
    • 고지혈증: LDL 콜레스테롤이 과다해지면 혈관 벽에 침착되어 동맥경화를 가속화
    • 내장지방 비만: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을 과다 분비해 동맥경화 진행을 촉진
    • 당뇨: 혈당 조절 이상이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높임
    • 흡연: 혈관 내피세포를 직접 손상시키고 LDL 산화를 촉진
    요약: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이 탄수화물로 만들고, LDL이 손상된 혈관 벽에 쌓이면 동맥경화가 시작되며 이는 수십 년간 무증상으로 진행된다.

     

    마른데 배만 나온 분들이 더 위험한 이유

    병원 대기실에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배만 볼록 나온 사람이 통통한 사람보다 혈관이 나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의학적으로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내장지방(Visceral Fat)이란 피부 아래가 아닌 복강 내 장기 사이에 쌓이는 지방으로, 에너지 저장과 호르몬 분비를 동시에 담당하는 활성 조직입니다. 피하지방이 단열과 쿠션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내장지방은 활발하게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문제는 내장지방이 늘어날수록 염증성 사이토카인, 즉 몸속 염증 반응을 부추기는 신호 물질을 과다 분비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내장지방이 많으면 우리 몸의 면역계가 별것 아닌 자극에도 과잉 반응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만성 염증이 동맥경화를 빠르게 키웁니다. 겉으로는 마르거나 보통 체형처럼 보여도 배만 볼록 나온 분들은 내장지방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서, 고도비만 못지않게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사우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하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모두에게 안전한 건 아닙니다. 핀란드 연구에서는 사우나가 혈관 건강에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반면, 일본에서는 연간 약 2만 명 가까이 입욕 중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차이는 단련 여부입니다. 어릴 때부터 서서히 적응한 혈관과, 중년 이후 갑자기 강한 온도 변화에 노출된 혈관의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혈관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방법도 알아봤습니다. 경동맥 초음파(Carotid Ultrasound)란 목 부위의 큰 혈관을 초음파로 촬영해 혈관 벽 두께와 동맥경화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전신 혈관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창문 같은 검사라서, 건강검진 시 추가 항목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뇌 MRI나 MRA로 이어지는 정밀 검사를 받게 됩니다.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란 MRI 방식으로 뇌혈관을 촬영해 뇌동맥류 같은 혈관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사입니다.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는 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로 이어져 3개월 내 사망률이 50%에 달합니다. 100명 중 1명꼴로 가지고 있지만 증상이 전혀 없어서 찍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40대 이후에는 한 번쯤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도 고위험군에 대한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식단 이야기로 돌아오면, 제가 경험상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채소를 먼저 먹는 순서 바꾸기였습니다. 위가 채소로 먼저 채워지면 이후에 들어오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소시지나 달콤한 음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런 음식이 도파민을 자극해 위를 크게 키우고 과식을 유도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음식에 죄를 묻기 전에 먹는 방식을 먼저 들여다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마른 체형이라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만성 염증으로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고, 경동맥 초음파와 MRA 검사로 증상 전에 혈관 상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고기를 끊어야 하나요?

    A. 고기 자체에 콜레스테롤이 특별히 많은 건 아닙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이 탄수화물로 합성합니다. 고기를 끊는 것보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총 섭취량을 조절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Q. 저혈압이 있으면 혈관 건강이 더 나쁜 건가요?

    A. 평소 혈압이 낮은 것은 의학적으로 저혈압이 아닙니다. 심장과 혈관이 적은 부담으로 충분히 혈액을 공급하고 있다는 의미로, 오히려 혈관이 경제적으로 일하는 상태입니다. 의학적 저혈압은 급성 쇼크나 기립성 저혈압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진단합니다.

     

    Q. 경동맥 초음파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A. 건강검진 시 선택 항목으로 추가하거나,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건강검진센터에서 별도로 예약해 받을 수 있습니다. 40대 이후라면 한 번쯤 MRA와 함께 받아두면 혈관 상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사우나를 계속해도 혈관 건강에 괜찮은가요?

    A.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온 경우라면 혈관 단련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중년 이후 갑자기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강도 높은 입욕은 자율신경계에 급격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혈압이나 혈관 질환이 있다면 강도를 서서히 높이거나 전문의와 먼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스타틴 약을 먹으면 근육이 빠진다는데 사실인가요?

    A. 스타틴(Statin)은 간뿐 아니라 근육 세포의 콜레스테롤 합성도 억제해 일부에서 근육 불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스타틴은 수천 건의 임상시험을 통과한 약으로, 부작용 빈도 자체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불편감이 있다면 약을 임의로 끊기보다 담당 의사와 상담해 종류나 용량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그날 대기실에서 들은 이야기가 제 생활을 조금 바꿨습니다. 부모님께 걷기 운동을 함께 하자고 말씀드렸고, 저도 채소를 먼저 먹는 식순 바꾸기를 시작했습니다. 혈관은 증상이 없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것, 동맥경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40대가 넘었다면 경동맥 초음파 하나만이라도 건강검진에 추가해보는 걸 권합니다. 나쁜 게 없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성적표고, 이상이 있으면 미리 잡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혈관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느끼지 못한다고 괜찮은 게 아니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xPsV7l-X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