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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진통제가 위를 망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프면 먹고, 나으면 넘기는 식이었죠. 그런데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무심하게 약을 대해왔는지 깨달았습니다. 치료하려고 먹은 약이 위 점막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니,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약제유발성 위염, 약이 위를 공격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진료를 받던 중 들은 이야기인데,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관절이 아파서 먹는 소염진통제가, 혈전을 막으려고 먹는 아스피린이 오히려 위를 망가뜨린다고요? 그런데 설명을 듣고 보니 이건 꽤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약제유발성 위염이란, 특정 약물의 반복 복용으로 인해 위 점막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 약물이 바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입니다. 여기서 NSAIDs란 아스피린, 이부프로펜처럼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데 쓰는 약의 총칭으로,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이 약들이 위에 들어가면 두 가지 경로로 문제를 일으킵니다. 위 점막에 직접 자극을 주는 것이 하나고, 더 중요한 건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입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이란 위 점막을 감싸는 점액과 중탄산염 분비를 촉진하고 위산을 조절하는 방어 물질입니다. 이게 줄어들면 위 점막은 방어막을 잃고 위산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15년 넘게 어깨 통증으로 진통제를 매일 복용해온 분의 사례를 접하고 나서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시경에서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이 동시에 발견됐다고 하더군요. 복용 기간이 길수록 위궤양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이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위염을 유발하는 주요 약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관절염, 근육통에 흔히 사용
- 아스피린: 심뇌혈관 질환 예방 목적의 저용량 복용 포함
- 항혈전제: 혈전 생성을 막기 위해 장기 복용하는 약물
- 항혈소판제: 뇌졸중·심근경색 재발 예방에 사용되는 약물
다행히 요즘은 위장 부작용을 줄인 항혈전제도 나오고 있고, NSAIDs 중에서도 위 점막 자극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분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출처: 약학정보원). 하지만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끊거나 바꾸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약을 끊을 수 없다면, 위 점막 보호제를 함께 처방받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위궤양까지 진행됐다면, 속쓰림을 그냥 넘기신 건 아닌가요
제가 이번 진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위염과 위궤양을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손상의 깊이가 다릅니다.
위염은 위벽의 가장 안쪽 층인 점막층에 국한된 염증입니다. 반면 위궤양은 염증이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파고든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위궤양은 위에 구멍이 파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점막하층에는 신경 조직과 혈관이 집중돼 있어서 통증이 훨씬 심하고, 출혈로 이어질 위험도 큽니다.
출혈성 위궤양이 되면 검은색 변(흑색변)이나 혈변이 나타납니다. 흑색변이란 위에서 출혈된 혈액이 소장·대장을 거치며 산화되어 검게 변한 채 배출되는 증상입니다. 이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바로 병원을 찾은 덕분에 내시경 지혈 치료를 받고 회복된 사례도 있습니다. 출혈이 심해지면 토혈까지 올 수 있고, 궤양이 벽 전체를 뚫으면 천공이라는 응급 상황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은 무섭다가도 막상 일상에서 속쓰림이 오면 "소화제 하나 먹으면 되겠지" 하고 넘기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강조하셨던 말이 있습니다. 위궤양으로 진행될수록 오히려 증상이 잠잠해질 수도 있다고요. 급성 위염 때는 쓰리고 아프다가, 만성으로 넘어가면 그냥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정도로만 느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증상이 줄었다고 나아진 게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위 건강에 관해서라면 증상의 감소를 회복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위궤양 환자 중 60~80%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동반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왜 이렇게 강조하는 걸까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이게 얼마나 끈질긴 균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검사를 받아본 후에야 이 균의 생존 방식이 얼마나 교묘한지 알게 됐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란 위산에서도 살아남는 나선형 세균으로, 위 점막의 보호층인 점액층을 뚫고 들어가 서식하는 균입니다. 이 균은 요소분해효소를 분비해 주변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위산을 중화시키면서 생존합니다. 한번 감염되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평생 위에 머물며 독소를 내뿜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균주는 cagA라는 독성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cagA 유전자란 위 점막 세포에 직접 침투해 세포 구조를 교란하고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이는 독성 인자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위암 발생률과 헬리코박터 감염의 상관관계는 꾸준히 연구되어 왔습니다.
제 경우에도 검사 결과를 듣기 전까지는 "설마 나는 아니겠지" 했는데,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보균자라는 통계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균 치료는 두 종류 이상의 항생제와 위산분비 억제제를 최소 10일, 가능하면 14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복용해야 합니다. 제균에 성공하면 헬리코박터 양성 위궤양의 재발률을 90%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
전파 경로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타액을 통해 옮겨지기 때문에 찌개를 함께 떠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행동 자체가 균을 공유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위염이 방치될 경우 만성 위축성 위염 → 장상피화생 → 이형성(선종) → 위암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장상피화생이란 위 점막 세포가 소장·대장과 유사한 세포로 바뀌는 변화로, 위암으로 가는 전 단계 중 하나입니다. 이 흐름을 중간에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염진통제를 먹으면서 위장약도 꼭 같이 먹어야 하나요?
A. NSAIDs를 장기 복용할 경우 위 점막 보호제나 위산분비 억제제를 함께 처방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단기 복용이라도 빈속에 먹으면 점막 자극이 커질 수 있습니다. 속쓰림이 생겼다면 의사와 상담해 위 보호 방안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위염 증상이 없어지면 다 나은 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성 위염으로 진행될수록 오히려 뚜렷한 통증 없이 더부룩함 정도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줄었다고 안심하기보다는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실제 점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후에도 재감염이 될 수 있나요?
A. 제균에 성공했더라도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재감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찌개 함께 먹기, 술잔 돌리기 같은 타액 공유 습관을 줄이는 것이 재감염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가족 중 감염자가 있다면 가족 전체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위염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나요?
A. 양배추에 함유된 비타민 U는 위 점막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마와 연근의 뮤신 성분은 위벽을 감싸 위산으로부터 보호합니다. 뮤신이란 점성이 강한 당단백질로 위 점막을 코팅해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브로콜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
이번 진료를 통해 제가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약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진통제 하나도 무심코 집어 삼키던 습관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직접 설명을 듣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이 다른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상식입니다.
앞으로는 소염진통제나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식후에, 필요한 기간 동안만, 의사 처방 범위 안에서 먹으려고 합니다. 흑색변이나 혈변처럼 평소와 다른 신호가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더 큰 병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도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30대 중반부터는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_Hql8XiWYk&list=PL0gAYt7Z6LesQedEUIu0a4UYIEofJjp7-&inde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