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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고를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장르입니다. 코미디·액션이라는 두 단어가 겹쳐 있으면 저는 대개 기대치를 낮추는 편입니다. 둘을 동시에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입니다. 그런데 《오케이 마담》은 그 공식을 조금 다르게 풀었습니다. 꽈배기 가게 아줌마가 비행기 납치 사건의 중심에 서는 이야기, 보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캐릭터 분석 — 미영이라는 설정이 왜 유효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주인공 미영의 캐릭터 설계 방식입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그녀를 특별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시장 한쪽에서 반죽을 치대고, 꽈배기를 튀기고, 딸 챙기느라 정신없는 모습. 저는 이 도입부를 보면서 '아, 전형적인 반전 캐릭터 세팅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 안 위기 장면이 펼쳐지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미영의 행동 방식이 단순한 슈퍼히어로 클리셰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가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입니다. 캐릭터 아크란 주인공이 이야기를 거치며 내면적·외면적으로 변화하는 궤적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미영은 사실 변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는 그 능력이 드러나는 순간을 늦추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위기가 그녀를 바꾼 것이 아니라, 위기가 이미 있던 그녀를 꺼낸 것이죠.
엄정화 배우는 이 역할을 위해 액션 스쿨에서 별도의 훈련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인터뷰 자료를 찾아봤는데, 단순한 안무식 액션이 아니라 꽈배기 동작과 몸을 쓰는 방식을 연결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기내 액션 장면에서 미영의 움직임이 '배운 티'가 덜 납니다. 이 부분이 제게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편 석환 역의 박성웅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박성웅이라는 배우는 국내 영화 팬들 사이에서 강한 악역 이미지로 굳어진 배우입니다. 그 이미지를 역이용해서 '다정하고 약간 허술한 남편' 역할에 배치한 캐스팅 자체가 일종의 서브텍스트(Subtext), 즉 대사나 장면 이면에 깔린 암묵적 의미를 활용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화면에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 사람이 나중에 뭔가 하겠지'라는 기대가 자동으로 생겨납니다. 그 기대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게 이 영화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BIS) 통계에 따르면 《오케이 마담》은 2020년 개봉 당시 코로나19 영향으로 극장 관객이 급감한 환경 속에서도 누적 관객 수 약 15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KOBIS). 이 수치는 같은 해 개봉한 대다수 한국 영화 대비 선전한 결과입니다. 관객이 이 영화를 찾은 이유로 저는 미영이라는 캐릭터의 친숙함을 꼽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이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 그 평범함이 오히려 스크린에서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 캐릭터 아크 없이 '숨겨진 능력의 노출'로 서사를 구성 — 변화가 아닌 발견의 이야기
- 엄정화의 꽈배기 동작 연계 액션 — 일상 동작과 전투 동작의 자연스러운 연결
- 박성웅의 기존 이미지를 역이용한 서브텍스트 캐스팅 — 장르 기대감을 역방향으로 활용
- 2020년 코로나 개봉 악조건 속 155만 관객 — 친숙한 캐릭터 설정이 흥행 요인으로 작용
반전 설정과 총평 — 과장이 전략이 되는 순간
영화를 보기 전에 솔직히 개연성 문제를 걱정했습니다. 꽈배기 가게 사장이 비행기 기내에서 훈련된 테러리스트를 상대한다는 전제 자체가 현실 논리로는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개연성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했구나' 싶었습니다.
장르영화에서 흔히 쓰는 개념이 장르 컨벤션(Genre Convention)입니다. 장르 컨벤션이란 특정 장르 영화가 관객과 암묵적으로 맺는 약속, 즉 '이 영화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규칙의 묶음을 말합니다. 액션 코미디라는 장르는 처음부터 과장을 허용하는 컨벤션 위에서 작동합니다. 《오케이 마담》이 그 약속 안에서 움직인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기내 액션의 황당함이 오히려 유머의 도구로 읽힙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미영이 처음으로 테러리스트에게 맞서는 장면입니다. 주변 물건을 즉흥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마치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처럼 보였습니다. 그 습관이 꽈배기를 만들던 동작에서 나온 것임을 연결하는 순간, 단순한 액션 장면이 캐릭터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은 각본 단계에서 치밀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습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솔직하게 짚겠습니다. 이상윤이 연기한 철승 캐릭터는 초반에 상당한 존재감을 내뿜다가 중반 이후 처리가 다소 급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처럼 제한된 공간(기내)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을 로케이션 드라마라는 개념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로케이션 드라마란 단일 장소의 물리적 제약을 서사 긴장감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구성 방식입니다. 이 형식의 단점은 조연 캐릭터가 많을수록 각자의 서사가 얇아진다는 점인데, 철승 캐릭터가 그 한계를 가장 크게 맞은 케이스였습니다.
미국영화협회(MPA)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보고서를 보면, 액션 코미디 장르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상위권 흥행 장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Motion Picture Association). 그 이유 중 하나는 관객이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경험하는 정서적 효율'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오케이 마담》은 그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 작품이고, 완성도의 편차는 있지만 목표 자체는 충분히 유효했다고 봅니다.
제 경우엔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음보다 조금 다른 감정이 먼저 왔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시간이 쌓여 있다는 생각. 이것이 과장된 액션 뒤에 조용히 남은 메시지였습니다. 거창하게 주제를 내세우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케이 마담 실제로 재미있나요, 억지 코미디 아닌가요?
A. 억지 코미디라는 평도 일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 영화가 채택한 장르 컨벤션, 즉 액션 코미디 특유의 과장 허용 코드를 먼저 받아들이면 억지라는 느낌이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저는 개연성보다 캐릭터를 보는 방식으로 접근했고, 그 편이 훨씬 즐거웠습니다.
Q. 엄정화가 직접 액션을 했나요?
A. 네, 엄정화 배우는 액션 스쿨에서 실제 훈련을 받았고, 꽈배기 제조 동작을 몸에 익히는 과정도 병행했습니다. 대역 없이 소화한 장면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덕분에 기내 액션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연결감이 느껴집니다.
Q. 가족이랑 같이 봐도 괜찮은 영화인가요?
A. 관람등급이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폭력 수위는 코미디 톤으로 상당 부분 희석되어 있고, 선정적인 장면도 없습니다. 제작진이 가족 단위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고 밝힌 만큼, 청소년과 함께 보기에 무리 없는 수준입니다.
Q. 박성웅이 악역이 아닌 역할로 나온다는 게 어색하지 않나요?
A. 오히려 그 어색함이 영화의 작은 재미가 됩니다. 서브텍스트, 즉 배우의 기존 이미지가 만드는 암묵적 기대를 이용한 캐스팅으로, 석환이 등장하는 매 장면마다 '이 사람이 혹시?' 하는 긴장감이 배경에 깔립니다. 저는 이 선택이 꽤 영리했다고 봅니다.
결론
《오케이 마담》은 현실적인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액션 코미디라는 장르 컨벤션 안에서 판단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영이라는 캐릭터의 설계, 일상 동작과 액션을 연결하는 각본의 아이디어, 박성웅의 이미지를 역이용한 캐스팅까지. 생각보다 계산된 부분들이 있는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오래 남긴 건 통쾌한 액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무언가를 쌓고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그 감각 하나를 건져 나온 영화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됩니다. 한 번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날, 꺼내보기 좋은 선택지입니다.